지난 7일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 상담사 사연이 방송됐다.

그 주요 내용은 이렇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부민원안내콜센터 110에 근무하는 상담원입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감정노동자죠.


110 콜센터는 생활하면서 궁금했던 점, 불편한 점 등 어디에 전화해서 물어봐야 할지 모를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 100통 내외의 전화가 여러 가지 사연, 모두 다 다른 질문들입니다.


얼마 전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통화가 있어서 사연을 보냅니다.


110 콜센터로 걸려온 전화, 한 할아버지께서 진주에서 발견된 유골들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데 전 처음 듣는 내용이라 당황스러웠죠.


인터넷을 검색을 통해 발견한 기사. "진주서 6•25전쟁 때 학살된 민간인 유해 35구 발굴"


할아버지 말씀이, 유골이 발견된 곳과 상황이 일제 강점기 때 헤어진 형의 상황과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형의 유골을 찾고 싶다고...


일제강점기 10살 정도셨다는 할아버지는 형이 당시에 수용됐었다며 6•25 전쟁 때 같이 있던 사람들과 집단 학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셨습니다.


제가 본 기사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이라 마음이 조여왔습니다. 국가보훈처에 전화했더니 군인이 아니라서 확인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는데... 


일단 어디에 전화할지 몰라 확인 후 할아버지와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죠.


유골 발견 기사에서 확인되는 모든 곳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담당 부처가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110 콜센터에서도 담당자를 빠르게 찾기 어려웠습니다.   


여러 곳을 돌고 돌아 진주시청에서 담당하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연결해드리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골이 할아버지의 가족인지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진주시청 담당자는 시간이 오래 지났고 보존 상태가 나빠 DNA 확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하더군요, 할아버지와 담당자를 연결해드리고 상담을 종료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첫 통화를 하던 시간은 오후 3시, 잘 안내를 받으셨나 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6시쯤 다시 한 번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 목소리를 들으신 할아버지께서는 여든이 넘은 연세에 수화기 너머로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DNA 확인이 어렵다는 말에 상심하셨구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손에 장애가 있어 메모도 전화도 어려우셨다는 할아버지, 상담사 덕분에 담당자를 찾고 진주에 직접 가보기로 하셨다며 확인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에 저도 울컥하며 하루종일 여러 전화에 힘들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뜨거운 마음으로 풀어져 버리더군요. 오히려 할아버지께 제가 더 감사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여성시대' 라디오 방송 다시 듣기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사연은 4월 7일 방송 19분부터 소개됩니다]



지난 3월, 기사를 통해 경남 진주에서 6•25전쟁 때 집단 학살당한 민간인 35구의 유해를 발굴했다는 소식을 접한 할아버지.

당시 학살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형을 찾기 위해 관련 부처를 찾던 할아버지는 수소문 끝에 110에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는 110 콜센터 상담원에게 진주 시청이 해당 기관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3월 초 실제 진주시에서 유해 발굴 사실이 있었고 유족들이 현장에서 제를 올리기도 했다.

팔순을 넘긴 노인이 유해 발굴 현황과 내용을 안내 받기란 쉽지 않았을 터, 할아버지는 110 콜센터의 도움으로 시청 측 담당자 안내를 받아 6•25전쟁 때 집단 학살된 민간인 유해 발굴 현장을 찾을 수 있었다.


[6•25전쟁 때 집단 학살당한 민간인 유해를 찾으려고 경남 진주에서 진행한 민간차원의 첫 발굴작업에서 최소 35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지난 3월 3일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 인근 야산의 발굴현장에서 연 설명회에서 학살된 민간인의 유족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민원안내콜센터 110(@110callcenter)에서 근무하는 김 모 상담사의 사연은 지난 4월 7일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강석우입니다'에 소개됐다.

할아버지와의 상담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과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는 김 씨는 상담 내용을 라디오에 소개한 이유를 알렸다.

김 씨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연세가 80세가 넘으셨던 사연 속 할아버지는 상담 당시 어떤 방법으로 민원을 접수해야 하는지 어려워하셨다”며 “할아버지의 민원을 직접 해결하면서 민원인들이 겪을 불편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상담 당시를 회상하며 “군인이 아니라 거절당했던 국가보훈처의 확인 절차, 유골이 발견된 진주시 시청에 연락해 담당자를 찾기까지의 수많은 전화통화 연결 상황이 어렵고 복잡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흩어져 있는 정부부처의 담당자를 찾아줌으로써 시민들의 불편 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는 110 콜센터의 진정한 존재 의미와 자부심을 느낀 직접적인 사연이었다”고 할아버지와의 상담을 기억했다.

또 “연세가 많은 시민들은 특히 민원 업무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해당 내용을 널리 알리고자 노인 분들이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에 사연을 보냈다”고 밝혔다.

대부분 민원인은 할아버지처럼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전화해야 하나 몰라 110 콜센터에 상담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110 콜센터에서는 정부부처의 모든 일을 바로 알고 답할 수는 없어도 문의하는 내용의 담당 부서나 담당자를 찾아 정확한 연결을 돕고 있다.

[인포그래픽=@goodrang(자료 제공=국민권익위원회)]
Posted by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콜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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