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110입니다.”

여느 때와 같은 인사를 건네고 말씀을 기다리고 있는데,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민원인께서는 “신용을 회복하고 싶어요.”라고 수화로 말씀을 시작하신 후 무엇인지 모르게 주저하시는 듯 말씀을 잠시 멈추셨습니다.

“네, 선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신용회복위원회의 담당자께서는 농아인께서 신용회복 지원신청을 위해 오셨다며 수화 통역을 요청하셨고 민원인께서는 다시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민원인께서는 빚을 갚으라는 독촉 우편물과 하루에도 수차례씩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계셨고 카드도 모두 정지된 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려 지치고 고단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또한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딸이 민원인 옆에 서있었는데 그 아이 앞에서 마치 죄인이 된 듯 고개를 떨구고 계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빚 독촉 전화는 직접 받을 수 없으셨을 텐데 그 전화를 어린 딸에게 감당하게 하기엔 너무나 큰 짐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민원인께서는 가계 형편이 어려워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대출을 받으셨는데 은행 및 캐피탈 그리고 카드사 등 여러 곳에 빚이 있었고 조금이라도 기일을 넘기거나 상환을 하지 못하면 다른 곳마저 상환에 지장을 주게 되어 언제 독촉 문자나 우편물이 오게 될까 초조함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으며 그 모습을 행여나 어린 딸이 보게 될까봐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다행히도 몇 가지 요건들을 검토한 후에 민원인께서는 이틀 뒤인 연체 31일째부터 이자의 반액을 감면 받고 원금을 최장 10년간 상환할 수 있도록 채무 조정 신청이 가능하였고 댁에서 가까운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사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보다는 한결 밝은 모습으로 연신 고맙다며 끝인사를 하셨고 아직 채무 지원 신청 접수가 된 것도 아닌데 무언가 도움을 드린 것만 같아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통역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민원인께서는 다시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지사에 방문하여 수화 통역을 요청하였습니다.

인천지사가 아니라 서울지사라는 것이 의아하여 여쭈어봤더니 인천지사에서는 필담으로 상담 안내를 받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다시 인천에서 서울까지 오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채무 조정 신청 접수가 진행된 줄 알고 계셔서 확인해보니 인터넷 상담 접수만 되어 있을 뿐 신용회복지원 신청 접수는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인천지사에서는 가을에 다시 오라고 안내를 받으셨다는데 이것 또한 확인해보니 연체일이 90일 경과되는 시점인 9월에 신청할 경우 이자가 100퍼센트 면제되어 원금만 상환이 가능하기에 그렇게 안내를 받으신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원인께서는 지금도 독촉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많이 지친 상태였기에 이자 면제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지원을 받고 싶어 하셨고 인천지사에서는 이러한 민원인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상담을 마친 상태라서 간단한 신용회복지원 신청 접수 처리만 남아 기쁜 마음으로 방문 하셨을 텐데 정확한 의사 전달이 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상담을 받고 원하시던 채무 회복 신청 접수는 처리조차 되지 않았으니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너무나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서울지사를 통해 신청은 완료되어 다행이었으나 보건복지부 법령에 의해 청각장애인들의 복지 증대로 수화 통역 서비스 등 여러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공공기관에서는 수화 통역 서비스의 필요성 등의 인지가 부족한 상태라 동일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점은 통역 서비스가 가능하고 어느 지점은 통역 서비스가 지원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하루 빨리 수화 통역 서비스가 확대되어 어느 공공기관이든 농아인들이 방문하여 의사소통에 어려움 없이 업무 처리를 받으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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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콜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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